뉴욕·샌프란 등 대도시 떠나 중·남부로… 미국 도시지형 바뀐다

뉴욕·샌프란 등 대도시 떠나 중·남부로… 미국 도시지형 바뀐다

최고관리자 0 375

8b10b51d45f0754fbf5848cf25e912ee_1694958579_8812.jpg
8b10b51d45f0754fbf5848cf25e912ee_1694958580_3724.jpg 

뉴욕·샌프란 등 대도시 떠나 중·남부로… 미국 도시 지형 바뀐다 © 제공: 세계일보 서필웅 기자 



동북부의 뉴욕, 서남부의 로스앤젤레스(LA). ‘미국의 대도시’라고 하면 단연 먼저 떠오르는 이름들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광활한 국토를 보유한 미국은 이들 양대 도시를 중심으로 주로 해안 인근 지역에 인구가 밀집돼 있다. 동부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보스턴과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시애틀 등이 대표적이다.

수백년 동안 형성됐던 미국의 이런 도시 지형도가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원격근무의 확대가 인구 이동을 부채질하면서다. 동서부 해안 인구는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반면 남부가 ‘핫’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고, ‘시골’로 치부되던 중부 지역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

◆남부로, 중부로 떠나는 사람들

변화의 흐름은 각종 통계 수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이코노믹 이노베이션 그룹’(EIG)이 미국 100대 도시의 2020∼2022년 인구변화를 조사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의 몰락으로 2010년대부터 꾸준히 인구가 줄어 온 중북부 도시 외에도 동부와 서부의 대표 도시들이 감소폭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뉴욕은 이 기간에만 무려 5.3%의 인구가 감소했다. 2010~2020년 10년간 7.7%의 인구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 견주면 놀랄 만한 반전이다. LA도 2010년대 2.8% 증가에서 2020년 이후 3년간 2.0% 감소로 흐름이 역전됐다.

실리콘밸리의 성황으로 2010년대 8.5%나 인구가 늘었던 서부 샌프란시스코 역시 7.5% 감소로 대전환을 이뤘다. 100대 도시 중 가장 큰 폭의 인구 감소율이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도시 중 하나인 새너제이가 7.1% 증가에서 4.1% 감소로 돌아선 것을 보면,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했던 재택근무가 인구 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동서부 대도시에서 짐을 싼 인구는 남부와 중부로 대거 이동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인구 5만명 이상 도시를 대상으로 2021년 7월부터 1년간 인구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상위 15위 중 무려 13곳이 남부, 중부에 집중됐다.

1위는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의 위성도시 조지타운시티로 7만여명이던 인구가 1년 만에 14.4%나 늘어 8만6507명이 됐다. 2위인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시티를 제외하면 인구 유입 상위 5곳 가운데 4곳이 텍사스주 도시들이었다. 이어 애리조나, 플로리다, 유타주 도시들이 뒤를 이었다.

도시가 아닌 주를 기준으로 삼아도 인구 이동 흐름은 뚜렷하다. 2020~2022년 사이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기록한 주는 아이다호, 몬태나, 플로리다 순이었다. 아이다호 인구는 4.9% 가까이 늘었고, 몬태나와 플로리다의 인구는 각각 3.3%와 3.0% 증가했다. 유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3%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뉴욕주가 50개주 가운데 가장 높은 2.1%의 인구 감소율을 기록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고령층의 은퇴 후 거주지로 유명했던 플로리다를 제외하면, 산업 기반이 미약해 인구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부 지역이 변화하는 흐름의 혜택을 받았다.

이미 동북부와 서남부 대도시들은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과 생활비, 세금 등으로 삶의 질이 여타 지역보다 떨어진다는 평을 상당 기간 받아왔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들 지역에 몰려 산 이유는 산업 기반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수백년간 이어진 인구 분포 변화에 방아쇠를 당겼다. 재택근무가 대거 도입되며 더 이상 출퇴근 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주거지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미 정부가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위축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양적완화를 단행하며 집값이 더 오르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련 없이 짐을 싼 뒤 남부와 중부 대도시 인근 위성도시에 안착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출생률, 사망률뿐 아니라 이주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몇 년간 인구 동향에 격변의 시기가 이어졌다”고 짚었다.

◆중견도시발 상업용 부동산 위기

변화의 흐름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사라진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있다. 높은 집값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데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도 아직 많기 때문이다. EIG는 “서부 등의 많은 도시에서 인구가 다시 늘기 시작했지만, 2022년 현재 남부 도시들만 대유행 이전의 성장률로 돌아갔다”며 “현재 미국의 도시 성장 동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남부,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있는 반면, 다른 모든 지역의 도시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도시 인구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조지타운대와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미 도시 274곳의 주택 가격 및 기타 요인에 따른 이동성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인용해 소규모 도시의 중심 비즈니스지구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대도시에 비해 높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람들이 도심에서의 상호 작용과 아이디어 교환을 위해 교통 혼잡과 출퇴근의 불편함을 감수했지만, 도심이 주는 혜택은 원격근무의 도입으로 인해 예전보다 가치가 낮아졌다. 인구 수십만명 수준의 소도시들은 특유의 유연성으로 바뀐 흐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할 수 있지만 대도시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삶’에 맞춰진 비대한 구조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인구 이동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가 도심 공동화다. 원격근무 확산으로 주요 기업들이 사무실 규모를 축소하고, 이에 따라 유동 인구가 줄면서 이들 지역의 상거래까지 위축된 것이다. 끝내 사무실과 상업시설이 축소되며 지역이 슬럼화하기도 한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혀온 샌프란시스코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도심 공동화로 인해 급격히 범죄와 마약에 취약해지고 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인구 1000명당 범죄율은 48.94건으로 미국 평균(19건)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제2의 샌프란시스코’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구 90여만명의 샌프란시스코처럼 인구 100만명 안팎의 중견도시가 더 취약하다는 평가다. 뉴욕이나 LA 같은 거대도시에 비해 공동화에 대응할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경제학자가 도심이 유령도시로 변할 때 타격을 상쇄할 방법이 적은 중견도시에 대해 더 걱정하고 있다”면서 “중견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건물에 대한 대출금 연체율이 높은 반면 오피스 입주율은 낮다”고 지적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이미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강조한 바 있다. WP는 “오피스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추세가 반전될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제를 둘러싼 5조달러(6623조원)가 넘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와 2027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2조7500억달러(3643조원)의 상업용 모기지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대도시에 집중됐던 사회 에너지가 소도시로 분산되는 긍정적 효과도 가지고 있다. 탄력근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 스쿱의 공동 창립자인 롭 섀도는 “많은 비도심 지역이 새로운 활기를 찾을 수 있고, 지역 소매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이 상업용 부동산 위기를 극복할 경우 기존의 대도시 중심 경제가 아닌 소도시 중심 체제로 또 다른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0 Comments
산호세조아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