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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들 줄잇는 속편… 추억인가, 재탕인가

최고관리자 0 779 2024.09.0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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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래디에이터'가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다. 1편에서 20년이 흐른 뒤 새로운 검투사 루시우스(왼쪽·폴 메스칼)의 

이야기를 그린 '글래디에이터2'는 11월 개봉을 확정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인간보다 유령과 더 친하던 사춘기 소녀가 엄마가 되어 돌아왔다. 4일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팀 버턴 감독의 출세작인 ‘비틀쥬스’(1988)의 속편. 버턴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고 ‘비틀쥬스’에 출연하며 스타가 된 마이클 키턴, 위노나 라이더가 36년 만에 다시 뭉친다는 소식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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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비틀쥬스’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팀 버턴 감독의 이름을 알린 영화다. 반항적인 10대 소녀였던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이젠 중년의 영매가 돼서 딸을 구하기 위해 사후 세계로 떠난다. 리디아의 삐죽삐죽한 앞머리는 물론, 유령의 집, 모래 벌레, 신참 유령을 위한 지침서 등 전편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그중 압권은 미치광이 유령 비틀쥬스(마이클 키턴). 나이 들지 않는 유령답게 36년 전 모습 그대로 등장해 여전히 시니컬한 입담을 뽐낸다. 위노나 라이더는 “키턴이 ‘비틀쥬스’ 분장을 한 순간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세월을 뛰어넘어 소환된 건 비틀쥬스뿐만이 아니다. 1980~1990년대 영화들이 수십년 만에 속편으로 부활하고 있다. 검증된 작품이 아니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요즘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중년층에선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nostalgia)를, 레트로에 열광하는 젊은 층에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효과도 있다. 팬데믹과 장기간 파업의 여파로 시장이 위축되자 투자 위험이 적은 속편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블록버스터 데뷔작 ‘트위스터스’도 1996년 얀 드봉 감독이 연출한 ‘트위스터’ 이후 28년 만의 속편이다. 미국 중남부 지역에서 거대한 토네이도를 쫓는다는 세계관만 공유할 뿐, 전편과 다른 감독이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든 리부트(재시동)에 가깝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토네이도를 따라다니며 자극적인 영상을 찍는 인플루언서가 등장한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토네이도의 위력도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더 실감 나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제작자 애슐리 J. 샌드버그는 수십년 전 영화가 잇달아 부활하는 현상에 대해 “사람들에게 1980~1990년대로 돌아가 위안을 느끼고, 과거와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본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했다.

익숙함과 참신함의 배합에 실패하면서 세대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기도 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최근 1980~1990년대 유행한 범죄 코미디 ‘비버리 힐스 캅’의 후속작이 공개됐다. 1994년 개봉한 3편 이후 30년 만에 4편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로 흑인 형사 액셀 폴리가 돌아왔다. 에디 머피를 비롯해 30년 전의 배우들이 총출동해 과거의 팬들에겐 환호를 받았지만, 시리즈를 처음 접한 젊은 층에선 예측 가능한 스토리, 복고풍 액션으로 “구식”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제작 중인 속편들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11월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가 24년 만에 2편으로 돌아온다. 1편 속 주인공 막시무스의 죽음으로부터 20여 년 후, 새로운 검투사 루시우스(폴 메스칼)의 이야기를 그린다. 속편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막시무스 역의 러셀 크로는 “또 다른 영화를 만드는 것이 조금 불쾌하지만, 나는 이미 죽었고 발언권이 없다”며 언짢은 티를 내기도 했다. 로버트 드니로·알 파치노 주연의 범죄 스릴러 ‘히트’(1995), 메릴 스트리프·앤 해서웨이 주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도 속편 제작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독창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기보다 속편을 찍어내는 할리우드의 장삿속에 피로를 느끼는 관객도 적지 않다. 최근 워너브러더스가 샌드라 불럭·니콜 키드먼 주연의 판타지 영화 ‘프랙티컬 매직’(1998) 속편을 제작한다고 발표하자, 온라인에서는 “누구도 만들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아이디어 고갈”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영국 가디언은 “영화관이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그저 그런 속편들로 꽉 찼다. 할리우드는 모든 영화가 끝나지 않는 진풍경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백수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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