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장사하면서 ‘한국인 출입 금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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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장사하면서 ‘한국인 출입 금지’라고?

최고관리자 0 588 2025.01.2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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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의 외국인 전용 면세 주류 술집 '그랜드 올 오프리'. 출입구 쪽 기둥에 '한국인 출입 금지' '외국인 동반 시 가능'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인 출입 금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 이 문구를 본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국에서 한국인 출입금지라니? 1975년 3월에 오픈했다는 문구와 우아하게 앉아 있는 여사장님 사진이 있는 간판 옆 출입문 앞에 붙은 ‘외국인 전용 클럽’ ‘한국인 출입 금지(외국인 동반 시 가능)’라는 문구가 거꾸로 호기심을 자아냈다.

외국인이 가득한 이곳은 ‘그랜드 올 오프리’란 술집. 주한 외국 군인 및 외국인 선원 전용 유흥 음식점의 경우 주류에 물리는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법령(조세특례제한법 115조)을 적용받는 외국인 전용 면세 주류 술집이다. 외화벌이가 시급했던 과거가 지나고, 해외여행 가는 한국인이 공항에 몰려 출국 심사에만 3~4시간이 걸린다는 시대지만 이태원과 평택 등에는 여전히 한국인이 갈 수 없는 외국인 전용 면세 주류 술집이 여럿 영업 중이다. 술을 판매하고 남은 공병 수량을 국세청에 확인받아야 면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세를 적용받지 않는 이곳은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칵테일 5000원, 위스키나 데킬라 샷은 한 잔에 4000원으로 일반 술집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손님이 외국인이어야 하기 때문에 결제는 해외 카드나 현금만 가능하다.

우리가 단일 민족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다. 행정안전부의 작년 10월 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장기 거주 중인 외국인 주민은 역대 최다인 245만9542명. 전체 인구의 4.8%로,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물에 오렌지 과즙 5%를 섞으면 ‘델몬트 드링크 오렌지’라는 음료가 되는 것처럼, 외국인이 5%에 달하는 한국의 단일 민족이라는 정체성은 다문화로 희석되는 중이다.

하지만 외국인을 포용하지 못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미국 시사 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세계 인종차별적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89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전년(9위)보다 4단계 더 올라간 것으로 이란, 벨라루스, 바레인, 미얀마의 뒤를 잇는다. 그래서일까. 한국 속 외국인들은 주소만 한국에 있는, 한국인 없는 ‘외국인만의 배타적 아지트’를 만들고 있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렇게 잠시 벗어나곤 한다.

이태원만이 아니다. 지난달 평일 저녁에 찾은 서울 종각의 한 베트남 음식점의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영업시간이 분명해 문을 두드려 보아도 꿈쩍 않는 철문엔 베트남어가 적힌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그 베트남어를 해석해 보니 철문을 열 수 있는 힌트는 ‘베트남 스승의 날’. 베트남어 모르는 한국인은 풀지 못할 암호다. 사실상 한국인은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사람 역시 어려울 수 있다. 이날 함께 식당을 찾은 베트남인 팜씨는 끝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 베트남 스승의 날은 11월 20일. 아무리 ‘1120′을 눌러도 열리지 않아 주인과 통화까지 해 알아낸 비밀 번호는 ‘2011′. 한국에 7년 이상 거주하며 반(半)한국인이 되어버린 그가 날짜를 일·월·연도 순으로 표기하는 베트남식 표기를 잊어 생긴 해프닝이었다.

베트남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몰려 있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인근에도 비번을 누르거나 가게 주인과 통화를 해야 문을 열어주는 노래방, 한국어 간판 없이 영어·베트남어 등으로 가게 이름만 작게 써 놓은 베트남 술집 등이 성업하고 있다. 핵심 고객은 한국에 사는 베트남 유학생이나 노동자들. 삼삼오오 모여 베트남어 자판이 있는 노래방 기기로 노래를 부르거나 현지 음식을 먹으며 향수에 젖는다.

미국 국무부는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을 “체계적인 인종 혹은 민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자행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만든 그들만의 아지트는 그런 폭력적 시선과 차별을 피하는 대피소일지도 모른다.


이미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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