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누이 죽이며 영상 찍은 남자형제들…아버지는 보기만 했다
라마단(이슬람 금식월) 기간인 3월14일(현지시각)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무료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제공: 한겨레
파키스탄에서 22살 여성이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남자 형제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것이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여성혐오적 이유로 행해지는 이른바 ‘명예살인’이다. 파키스탄에서는 2022년 한 해에만 적어도 316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었다.
3월31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통신의 보도를 보면, 파키스탄 경찰은 마리아 비비를 살해한 혐의로 남자 형제 무하마드 파이살을 전날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리아 비비는 3월17일 밤 파키스탄 펀자브주의 한 마을에서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가족이 촬영한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파이살이 비비의 목을 조르는 동안 아버지 압둘 사타르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비비의 또 다른 남자 형제인 셰바즈는 이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셰바즈가 올린 것으로 알려진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비비를 죽인 파이살과 살인을 방관한 아버지 사타르, 영상을 찍고 있던 또 다른 남자 형제 셰바즈, 영상에 등장한 셰바즈의 아내도 함께 체포했다. 경찰은 “비비가 자연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3월24일에 알게 됐다”며 “이번 살인은 ‘명예살인’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예살인’이란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가족이 직접 여성 구성원을 살해하는 일을 가리킨다. 주로 다른 남성과 교류하는 것을 빌미로 삼는데, 파키스탄에서는 비비 같은 젊은 여성은 물론이고 10대 소녀들도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파이살이 비비가 다른 남성과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아에프페는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를 인용해 2022년 파키스탄에서는 최소 316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주로 남성 친척인 살인범을 지키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고되지 않는 사건도 많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에서는 2016년 ‘명예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징역 25년형 이상을 선고하게 하고, ‘피해자 가족이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폐지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킴 카다시안’으로 불렸던 페미니스트 인플루언서 찬딜 발로치를 살해한 친오빠가 2022년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로 ‘명예살인’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해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