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들고 600만원 어치 구입” 감기약 싹쓸이 비상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의 한 약국엔 최근 “감기약 3000개를 살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약국 직원은 중국과 관련된 것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서울과 인접한 망월동 일대에서 최근 중국인들의 감기약 대량 구매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29일 “중국인의 감기약 사재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감기약 수십 개 찾아”
중국인들이 감기약을 한꺼번에 사들인다는 소식은 한국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몰리는 서울 명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2~3주 전부터 타이레놀을 수십 개씩 사가려는 중국인이 매일 찾아온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인이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중국이 이번에 억제 정책을 풀면서 ‘마스크 대란’ 때처럼 감기약을 대량으로 사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의 다른 약국 관계자는 “일부 약국에선 중국인의 대량 구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많다고 알려진 서울 구로동 내 약국 3곳에서는 “물량이 없어 문의대로 다 팔순 없지만, 타이레놀 10~20개씩을 찾는 중국인이 많다”고 했다. 서울 구로동·대림동 등에선 감기약 수십만원어치를 사서 중국에 보내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약사 이모씨는 “중국 내 가족들에게 전달하려는 용도로 10~20개씩 사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업계에서는 이들이 중국 내 가족에게 전달하려는 한국 거주자이거나 대량구매로 중국에서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보따리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하남시 망월동 일대에서는 보따리상으로 추정되는 중국인이 해열제 등 감기약을 사재기하면서 시와 보건복지부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주 망월동 한 약국에서 중국인이 캐리어(여행용 가방)를 활용해 감기약 600만원 어치를 산 사례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비슷한 시기 인근에서도 중국인이 한글로 적힌 여러 감기약 이름을 보여주며 감기약 30만원 어치를 사 가기도 했다고 한다. 하남시 관계자는 “망월동 39곳 약국을 전수조사한 결과 실제 판매 약국은 찾지 못했으나 대량 구매 관련 문의가 있는 것으로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회 “적정량만 판매해라” 공문
복지부는 약사들의 도를 넘어선 판매 행위도 법적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약국 등 개설자는 의약품을 도매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국이 개별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볼 수 없는 감기약 과량을 판매하는 행위는 감기약 수급 상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감기약 과량 판매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전국 보건소에 관련 안내를 하기로 했다. 또 모니터링을 계속하면서 구체적인 위반 사례가 일어나면 필요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한약사회·한국편의점산업협회 등 단체들에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도록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나 호주 등 해외 각국에서도 중국인이 감기약을 몽땅 사들이면서 감기약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공급 부족 사태로 판매할 약도 없지만,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다른 국가들처럼 수량 제한을 거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지난 28일 중대본 회의에서 “감기약 등 국내 물자 수급과 방역 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 세부 내용은 30일 중대본 회의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