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로 포장 뜯다가 ‘12억짜리 작품’까지 자른 운송업체···대법 판단은?
가위로 포장 뜯다가 ‘12억짜리 작품’까지 자른 운송업체···대법 판단은? © 경향신문
해외에서 운송된 미술작품의 포장을 뜯는 과정에서 작품을 훼손한 운송업체가 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미술품 구매자 A씨가 운송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화랑 운영자로, 2021년 11월 고객의 의뢰를 받아 유명 화가의 유화작품을 83만7500달러(한화 약 12억여원)에 구입했다. A씨는 미술품 등 특수화물 운송업체인 B사와 계약을 맺어 작품을 오스트리아로부터 옮겨 오기로 했다. 문제는 화랑에 도착한 작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B사 직원들이 가위로 작품 포장지를 자르던 중 작품의 가로 51.5㎝와 세로 48.5㎝가 같이 잘려나갔다. 이에 따라 작품 가격에 65% 정도의 가치하락이 발생했다. A씨는 “운송계약은 B사가 작품을 화랑으로 운송한 후 포장을 해체하는 것까지 포함하는데, 혼자만의 판단으로 가위질을 하다 작품까지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약상 B사의 의무는 나무상자를 해체해 작품을 A씨에게 인도하는 것까지로 봐야 한다”며 “더 나아간 포장해체 작업까지 B사의 의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운송계약에서 정한 B사의 의무 범위를 벗어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긴 하다”면서도 “B사가 특수화물 전문 운송업체인 점을 고려하면 포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도 B사의 책임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또 “B사의 직원들이 문구용 가위로 포장지를 함부로 제거하면 작품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예견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경향신문 김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