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 소리만 들어도 분노”…가족과도 함께 식사 못하는 소년의 사연
그레이슨 휘태커./페이스북
음식을 먹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환을 앓아 가족과도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영국 10대 소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더미러 등에 따르면 리즈에 사는 그레이슨 휘태커(19)는 미소포니아(misophonia·선택적 소음과민 증후군)를 앓고 있다.
미소포니아는 소리의 강도와 상관없이 특정 주파수나 상황 속 소리에 부정적 감정과 분노, 불안 등이 생기는 질환으로, 일상의 특정 소음에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휘태커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소리만 들어도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휘태커는 어렸을 때부터 미소포니아 증상을 보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혜택을 받기 위해 꾸며낸 증상”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분노를 피하기 위해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적이 많았던 그는 오랜 시간 고립된 삶을 살면서 마음의 병까지 얻었다.
최근 휘태커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고백하며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저녁을 먹은 적이 없어서 좋은 추억이 없다. 늘 방 안에 틀어박혀 있어서 부모님이 항상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소리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족과 식사를 하면) 엄청난 분노에 휩싸인다. 그들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휘태커는 미소포니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의를 찾아 최면 요법 등의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완화된 건 잠시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무도 미소포니아가 무엇인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잘 모른다”며 “분노를 억제하는 방법과 최면 요법으로 몇 달간은 평화로웠지만 어느 날 다시 재발했다”고 말했다.
상태가 더 나빠진 휘태커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내는 소리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고, 결국 학교까지 그만두게 됐다. 그렇게 5년간 방 안에만 고립된 생활을 했다는 그는 “하품 소리를 내는 가족한테까지 화를 낸 적이 있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휘태커는 부모의 품을 떠나 맥도날드에서 일을 하면서 여자 친구와 동거 중이다.
그는 “나만의 공간이 생겨서 좋다. 여자 친구가 이해심이 많다”며 “맥도날드에서 일을 하는 것도 내게 적합하다. 너무 시끄러워서 나를 자극하는 소리가 묻혀버린다”고 말했다.
휘태커는 이 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내 병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다”며 “언젠가는 가족, 여자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김자아 기자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