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의지마저 녹아버린 거야”… 북극곰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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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의지마저 녹아버린 거야”… 북극곰의 절규

Sanjosejoa 0 1016 2022.02.19 06:1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내보인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의지는 3개월 만에 눈 녹듯 사라져버린 듯하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정치적 타협의 부재 속에 2022년은 ‘기후 역행의 해’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국제 과학 협의체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는 지난해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4.9% 증가한 36.4Gt(기가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던 201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배출량이 무려 5.4% 감소하면서 다소 낙관적인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이 대폭 감소했던 2020년에도 오히려 1.4% 늘었으며 지난해에도 4%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3위 배출국 인도는 2020년 7% 이상 감소했으나 지난해 12.6% 증가하며 2019년의 배출량을 뛰어넘었다. 미국의 배출량은 지난해 7.6%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전년에 배출량이 10% 이상 급격히 감소한 영향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진 못했다.

올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전 세계가 퇴보하고 있다며 “올해는 ‘글로벌 역행’의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극적인 기후 대응 공동선언을 발표했던 탄소 배출 1·2위국인 중국과 미국부터 해결 노력이 요원하다.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면서 화석연료 증산을 정당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극심한 전력난을 겪은 중국은 석탄 생산량을 코로나19 이전보다도 7% 늘렸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설비도 대폭 늘리긴 했으나 발전량에서 석탄과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70% 이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배출량 감소가 생산성을 억제해선 안 된다”며 “경제 발전과 녹색 전환은 상호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올해 1월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출국이었다. 지난해 12월 카타르를 밀어낸 후 2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그간 꾸준히 줄었던 석탄 생산은 지난해 8% 늘었으며 내년까지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비롯해 기후 대응에 5550억 달러(660조원)를 쏟으려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노력은 공화당의 반대 속에 무산됐다. 게다가 미국은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 대응의 일환으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요 산유국에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OP26에서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며 기후 협력을 어렵게 했던 3위 배출국 인도는 석탄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 국내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석탄발전 비중은 74%에 달한다.

유럽에선 에너지 위기의 해법을 두고 탄소중립을 위한 단결이 흔들리고 있다. 물가 폭등이 개혁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새 5배 높아졌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크다. 스페인 등은 향후 에너지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자는 입장이다. 반면 폴란드는 강력한 기후 조치를 연기하고 당장 부족한 공급을 화석연료로 채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 싱크탱크 카본트래커는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 기업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추가 투자를 늘려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석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들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50% 이상 올라 연말에는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들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올해 들어서는 100달러에 육박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실제로 미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유가 급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89억 달러(10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7년 만에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을 냈다. 미국뿐 아니라 셸, BP 등 유럽 거대 석유기업들도 막대한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발표한 엑손모빌은 선언이 무색하게 미 최대 원유 생산지 페르미안 분지에 생산량을 25%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가 키트 코놀로지는 “전력 회사들이 가스 가격이 상승하자 탄소를 2배 더 배출하는 석탄을 대체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에 기후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가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 케리 미 기후특사는 “우리는 (기후 대응을 위한) 좋은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면서 “전 세계가 후퇴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카드리 심슨 에너지 집행 담당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지정학적 긴장이 단기적으로 비정상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면서도 “화석연료 의존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한 유일한 지속적인 해결책은 녹색 전환을 완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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