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룰 ‘당심 50-민심 50’… 비명계 “들러리 전락”
민주당 경선룰 ‘당심 50-민심 50’… 비명계 “들러리 전락” ©국민일보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21대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룰을 사실상 확정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적용했던 ‘국민경선’ 방식을 당원의 표심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재명 전 대표가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경선 들러리’로 전락하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13일 전 당원 투표와 14일 중앙위원회 온라인 투표를 거쳐 ‘21대 대선 후보자 선출에 관한 특별당규’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는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내용의 특별당규를 제정키로 했다. 권리당원 투표는 경선일로부터 12개월 이전에 가입해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110만여명이 대상이다. 정당사상 최초로 권리당원 투표에 16~18세 청소년 당원이 참여할 길도 열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안심번호로 추출한 표본 100만명을 여론조사기관 두 곳에 50만명씩 나눠 진행한 뒤 결과를 합산한다.
민주당은 ‘역선택’ 우려에 이런 결정을 했다는 입장이다. 기존 국민경선 방식대로 선거인단을 모집할 경우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 특별당규준비위 관계자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가 선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여론이 조작될 수 있다”며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만큼 역선택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19·20대 대선 때는 권리당원과 선거인단으로 신청한 일반 국민을 모두 선거인단에 포함해 경선 투표를 하도록 했다. 일반 국민의 참여로 경선 흥행을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선택 가능성을 막을 현실적 방법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됐다.
새로운 경선룰은 당심을 장악한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대표 측은 특별당규준비위에 “선수가 룰에 대해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비명계는 국민경선 방식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름다운 경선을 바라고 희망했지만 별 의미 없는 들러리 경선으로 가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당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권리당원뿐 아니라 당비를 납부한 적이 있는 당원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게 국민참여 경선 취지에 맞는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측은 보이콧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당은 특별당규가 최종 확정되는 대로 권리당원 투표를 위한 순회 경선 등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순회 경선은 충청권, 경상권, 호남권, 수도권 등 4개 권역에서 치러진다. 대선 후보는 다음 달 초 확정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4일 당 중앙위원회 의결 즉시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 것”이라며 “경선 일정과 절차가 빠르게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국민일보